일/회계팀일상

재무팀 일상 #12 칭찬은 원래 듣기 힘든 법

투덜강산 2023. 5. 26. 15:53

회계팀 일상은 이전에 신입시절부터 써 온 일지입니다.

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입니다.

 

 


 

 

 

 

오늘 일이었다.

이건 칭찬과는 다른 얘기지만,
일상 중 굵직한 일이라 다룬다.

아침에 어제자 자금 마감을 올리고
경비지출내역을 확인하던 중이었다.

어제 입금된 것 중에
미수금 성격의 수금이 있었는데
그 건은 내가 처음 한 거라
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.

회계담당 대리님이
내가 작성한 전표를 들고 오시더니
이거 어떤 걸 참고하거냐고 물으셨다.

그래서 이전에 꺼를 확인해서
전표 친거라고 했는데
대리님의 물음의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.

미수금 대변으로 잡아
없앤 건 잘했는데
차변은 어디갔냐는 것이다.

그 의미는 분개를 잘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다.

다른 걸로 예시를 들면,
미수금이라는 건 못 받은 돈을 말한다.
즉, 미수금이 생기려면
미수금이 원인이 되는 거래 건이 있어야 한다.

쉽게 말해
돈을 빌려 준 적도 없는 친구에게
"너 나한테 돈 빌린 거 있지? 얼른 줘!"
라고 생떼 잡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.

그래서 미수금 이외에도
어떤 전표를 치건
그것을 떨구는(떨군다고 표현) 걸 치려면,
상대 거래 건이 있는 지 확인해보고
치라는 말씀이었다.

이런 설명까지 들으면,
당연히 내가 알만하고 알아야 했던
기본적인 사항이었다.

그래서 꽤 자괴감이 컸다.
이런 기초적인 것도 못할 줄이야..

여튼 그런 일이 있었고.

퇴근 시간에 임박했을 때였다.
차장님이 결재해주신 걸 들고
내 자리로 오시더니
"너 이거 이 날짜에 전표쳤는데
왜 지금 결재 받는 거야?"
라고 물으셨다.

나는 차장님이 가리킨 결재 건을 확인했다.
그것은 저번 주에 올린 경비지출내역서였다.

순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.
저번 주에 수정해서 대리님께 결재 올렸는데
왜 지금 차장님께서 들고 오신거지...?

일단 그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
어버버거렸다.

그후 차장님께서 '저번 주에
내가 실수한 걸 지적했던 전표를
네가 수정해서 반영했냐'고 물으셨고
나는 아직 저번 주의 경비지출내역서가
왜 지금 여기에 있고 문제가 된건지하는
의문에 휩싸여 확실치 않은 답변을 드렸다.

"네, 그럴 거예요"

그 확실치 않은 답변에
차장님이 짜증나신 듯 했다.

"뭐? 그럴 것 같아요?
아니, 얘가 저번 주에 하고
오늘 올리니까 기억이 없지?"

그 말씀에 번득 상황을 이해했다.

나는 분명 저번 주에 대리님께
결재를 올렸는데.
대리님이 경비지출내역서를
바로 차장님께 안 올리고
오늘 한 번에 올린 것이다.

그러니 차장님은 저번 주에
가지고 있던 전표를
왜 지금 올린 거냐고 묻는 것이다.

그러나 그렇다고 대리님이
차장님께 늦게 올린 것 같다고 말할 수는
없으므로 그냥 내가 독박쓰기로 했다.

여튼 차장님께서
"아니, 나는 너 칭찬해주려고 한거야.
문제 지적하니까 전표 수정하고
경비지출내역서에 수정을 반영했으니까."

중간에 내가 상황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터라
차장님이 짜증은 내셨지만,
찾아오신 목적은 칭찬이긴 하셨다는 걸
듣고는 억울한 심정을 위로할 수 있었다.

오늘 하루
이런 저런 일로
지나갔다.